하와이 맛집/ 하와이에서 맛보는 뉴욕 피자
어느 날 퇴근한 신랑이 정말 맛있는 피자를 먹었다며
집에 오자마자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었다.
신랑은 뉴욕 출신으로 뉴욕 피자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음식은 까다롭지 않은데
피자에 있어서는 예리하고 나름에 철학이 있다.
특히 그의 뉴욕 피자에 대한 애찬은 두터운 시카고 피자를 파이로 만들어버린다.
갈릭 파우더와 칠리 파우더를 뿌려
한입 베어먹는 뉴욕 스타일 피자는 사실 그 빵부터가 다르다.
바. 사. 삭
도우가 얇고 짭조름한 치즈가 입 안에 가득 번지며
뒤끝은 매콤한 칠리 파우더가 장식을 한다.
드디어 신랑이 말한 피자집으로 향하던 날.
가게명이 보스턴 피자라고 한다.
또한 이 날 나는 내 인생 처음 고속도로에 진입하던 경이로운 날이었다 (장롱면허 딱지를 떼는 중)
실내 분위기는 90년대 피자집을 연상케 했다
나는 이런 클래식한 분위기가 참 좋다.
그곳에 역사를 느낄 수 있달까. 세월에 흔적이 느껴진달까.
인테리어보단 맛으로 승부하는 곳.
난 깔끔한 피자맛을 즐기기 위해 스피나치 토마토 치즈 피자를,
신랑은 각종 야채와 페페로니가 올라간 피자를 선택했다.
피자 4조각과 음료 두 잔을 시키니 18불.
한입 베어 물었다
바. 사. 삭
"어머, 자기야 , 이거 완전 뉴욕 피잔데?"
" I told you so!! "
아무리 뉴욕 이름을 내걸고 파는 피자집이라도 바사삭한 도우에 식감을
살리기 힘들다.
BUT 이 집은 바. 사. 삭에 비밀을 알고 있었다.
항상 나보다 빨리 먹는 신랑은 맛있게 먹는 나를 보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반 조각을 주었다.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알고 보니 피자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
뉴욕에서 살았던 기간이 모두 합쳐 두 달 정도가 되는데
사람 냄새나는 길거리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이틀에 한 번꼴로 피자를 사 먹었다 (매일 신랑은 내가 피자를 먹었는지 물었다)
유리창을 마주하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입 베어 먹는 그 피자란 꿀맛이었다 ( 특히 숙취 있을 때 먹으면 더더욱 꿀맛)
신랑이 좋아해서 나도 좋아하게 된 것들이 있다.
뉴욕 피자도 그중에 하나로 우리 둘 다 맛집을 찾았다며 콩콩 날뛰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도로 위 . 운전대를 꽉 붙잡으며 신랑에 대해 생각했다.
음식은 추억을 소환한다고 하는데
신랑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따뜻한 피자가 든 상자를 열던 순간을 떠올렸을까? 피자는 신랑에게 피자 이상에 그 무엇이겠지 ?
그렇다면 이 무서운 고속도로를 그를 위해 다시 올 수 있다 생각했다.